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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리의 세상사는 이야기] 어머니

장예리 시인 | 기사입력 2020/06/09 [09:08]

[장예리의 세상사는 이야기] 어머니

장예리 시인 | 입력 : 2020/06/09 [09:08]

 

“아이구, 깜짝이야! 내가 귀가 먹어부렀어...” 

어머니 놀라실까 몇 번을 불렀건만... 

 

 

▲ 일을 하시다 낯선 이를 보고 깜짝 놀라시는 어머니  © 장예리 시인

 

오솔길에서 낯선 사람을 보고서 어머니는 깜짝 놀라신다.

 

낯선 오솔길 따라 걷다 보니, 괭이로 흙 파는 소리가 흙냄새에 땀내음이 묻어 바람에 실려 온다. 

 

일 무서워 할 줄 모르시던 중년의 엄마 냄새가 후욱 전해 오다니...

 

온 몸으로 그리움을 낚게 되는 세월. 

 

괭이로 고랑을 일궈 감자, 콩, 고추 골구루도 심어놓고 길가 고들빼기 노란꽃은 마흔아홉에 가셔버린 지아비 향한 그리움인 듯 애잔히도 피었네.

 

“어디서 오셨소잉~~”

“저기 목욕탕이요”

 

“탑동 길가 약수장? 아이고 장의원님 따님이요? 집안 아재랑 금분에 친하게 지내시드만 같이 밥한번 먹었그마, 탁했소~~ 똑똑하고 영 좋다드마, 어찌 우리 밭에와서 다 만나네 왜 한번 목욕갈라했드만” 

 

점심은 잡숫고 일하시는지... 

일에 묻혀 끼니도 잊고 일욕심 부리시던 우리엄마 영락없네. 

 

“어머니 잠시만 계세요”

 

계란이랑 음료수 챙기러 부랴부랴 약수장으로 들렀다. 때마침 돌아온 라희를 데리고 다시 갔다. 

 

그런데 이륜오토바이는 있는데 어머니는 온데간데 없으시고...먼 밭으로 숨어버린 어머니.

 

식구들이 부르다 부르다 도대체 어디 갔었느냐 물으면 저짝 밭에갔다고...일에 빠져 사람소리도 못듣던 일벌레 우리엄마랑 탁흔 사람... 

 

마흔 아홉에 가버린 영 이쁘고 한량이던 서방님이 갖고 온 새참인 듯 “어이 자네 끼니 잘 챙겨먹으소” 죽은 영감 돌아와 속삭이는 정담처럼 반갑고도 애틋한 새참이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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