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사설] 아프리카는 서글프겠다...

강정훈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9/10/04 [10:33]

[사설] 아프리카는 서글프겠다...

강정훈 논설위원 | 입력 : 2019/10/04 [10:33]

▲ 강정훈 철학박사     ©

오늘날 지구상에 살아있는 모든 인간들의 고향은 아프리카이다. 현생인류가 발원한 거대한 대륙이 바로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품으로 여겨지는 일이 자연스러울 법한데 오히려 푸대접이 줄을 잇는다. 특히 근대는 아프리카에 야만이라는 부당한 낙인을 찍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언급하는 일 또한 불가피하니 마음자리가 무겁다.

 

아프리카와 사실상 관계가 없는 이 전염병이 끝내는 이 나라에 상륙하고 말았다. 10월 3일 현재 13번째 확진판정이 발표되었다. 치사율이 100%에 이르고 치료용 백신조차 없으니 공포 그 자체이다. 아마도 국경을 넘어왔겠지만 정확한 전파경로도 파악되지 않으니 방역의 성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살처분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겪는 심신의 상처 또한 심각하다. 축산 농가를 비롯하여 관련 업종 종사들로부터 최종소비자에 이르기까지에 발생할 경제적 손실 역시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그저 확산과 큰 피해가 없이 지나가준다면 다행한 일이겠다. 그런 이후엔 뒤늦은 외양간 고치기일망정 단단한 마련이 이어져야 한다.

 

현재로선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얼마간 원론에 해당하는 한담을 보태본다. 하나로 열린 세계의 그늘에 대한 얘기다. 세계화의 진행은 지구촌 구석구석의 담장을 허물어 오지의 산물조차도 반대편 땅에 사는 사람이 쉽게 구할 수 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보면 쉽게 증명되는 장면이다. 거기에 여행자의 발길은 자유로워서 거의 경계가 없다. 하지만 공간과 거리의 개념이 달라진 세상에서 질병의 왕래와 확산 또한 너무나 자유롭다. 수천 년 동안 영역의 배타성을 지속하던 질병의 울타리가 무너진 것이다. 질병 특히 전염병의 전파가 수월해진 측면은 감수할 부담치고는 너무나 위태로운 사안이다.

 

현대의학의 수준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지만 바이러스는 훨씬 높은 자리에 존재한다. 이런 까닭에 천재지변보다 전염병의 창궐이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손꼽히기도 한다. 다양성의 확보가 생태계의 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에 속한다는 점이 보다 강조되어야 할 형편이다.

 

다양성과 분산이야말로 좋은 대책이지만 획일과 집중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오히려 위험도를 높이는 풍경이다. 철새가 조류독감을 끌고 와 윗동네 닭들이 몰사할 때 아랫동네 닭들이 멀쩡한 이유는 다양성과 분산의 힘이다. 그렇지만 획일화된 품종을 집단 사육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재앙의 반복은 불가피하다. 그러니 이 업보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급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아프리카는 새삼 서글프겠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