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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인 수필] 오버페이스

연규인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19/08/06 [10:51]

[연규인 수필] 오버페이스

연규인 운영위원 | 입력 : 2019/08/06 [10:51]

새벽에 조깅하러 나가다 마침 형님을 만나 같이 몸을 풀고 출발하였다. 달리기 속도는 형님이 나보다 앞서지만 무리하며 같은 페이스로 언덕을 지나 1km 지점에 도달하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나는 계속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가 없어 형님에게 앞서 가시라 하고 내 페이스를 찾기 위해 속도를 줄여가며 뛰어야 했다.

 

▲ 마라톤 경기에 참가중인 연규인 운영위원     © 연규인 운영위원

 

초반 페이스에 욕심을 부려 오버하고 나니 천천히 속도를 줄여도 몸은 이미 한계를 초과하여 힘에 부쳐 뛰지 말고 걷자는 유혹이 커져만 온다.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깊은 복식호흡으로 숨을 고르며 페이스 유지를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다. 목표를 삼은 6km는 완주했지만 오히려 다른 날보다 힘은 더 들었고, 기록도 오래 걸렸다. 짧은 거리를 뛰었지만 그 속에는 인생의 길과도 같다. 어떠한 일을 행함에 있어 자기의 실력을 무시하고 초반에 과욕하면 결국 얻음(得)보다 잃음(失)이 많다는 사실을 조깅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느꼈다. 

 

인생의 마라톤도 같다. 3년 전 대형프로젝트 사업의 수주를 위해 숨고를 새 없이 뛰었으나 결과는 목표한 예상 순위와는 달리 참담하게 탈락이라는 고배(苦杯)를 마셨다. 원인은 치밀한 사전계획 보다는 의욕이 앞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린 결과로 보인다. 그 책임으로 보직 해임과 현장으로 가서 일하라는 지시를 받고는 다른 회사로 옮길까?(바로 업계에 소문이 나서 타 회사에서 오라는 유혹도 있었다.) 현장에서 근무 할까?를 고민했었다. 

 

쉽게 타사로 옮겨 바톤(baton)을 이어 받아 뛰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며 지구력과 정신력을 새롭게 키워 완주하자는 마음을 갖고 회사 한구석에 눌러 앉았다. 그간 쌓인 낡은 사고(思考)의 개조와 자기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하여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얻고자하는 목표를 세웠다. 야간과 주말에 인생 레이스를 시작하여 숨 고르며, 정신력으로 각 유혹을 물리치고, 체력의 한계도 살펴가며 완주를 목표로, 장기 레이스를 즐기며 뛰고 있다. 3년의 시간은 나를 자숙하였고, 성장의 변화도 느끼고 있다. 

 

어제 회사 경영진에서 몇 년 전보다 아니 훨씬 젊은 시절보다 더 많은 짐을 지고 달리라 하여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의욕만 앞서 나의 체력 조절도 못한 채 욕심으로 앞 만 보고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 형님과 함께 뛴 조깅이 나에게 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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