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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인 수필] ‘맛치’의 막국수 유감

연규인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19/07/30 [11:04]

[연규인 수필] ‘맛치’의 막국수 유감

연규인 운영위원 | 입력 : 2019/07/30 [11:04]

▲ 연규인 운영위원     ©

‘미식가(美食家)’ 라는 시대적 의미를 알기 전까지 나 자신을 그리 착각했다.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으니 ‘미식가’라 생각할 만도 하지 않은가. 음식이란 단어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고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뿌리박힌 세대에게는. 그러나 진정한 ‘미식가’는 음식의 순수한 맛의 차이를 미각으로 느껴 배가 고파도 맛이 없으면 안 먹는 사람이라 해석되고 이해하는 시대인가 보다.

 

향신료가 많이 가미된 동남아 재래시장에서도 맛나게 먹는 나와 같은 이를 일명 ‘맛치’라 한다. 맛치인 나를 스스로 미식가라 자처하였던 것이다.

 

나의 이런 착각 속에서도 가끔씩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직업상 지방 출장에서 여러 명이 특별히 찾아 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 나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다른 이가 “맛이 왜이래?” 하면서 투덜투덜 거리며 먹지 않을 때 난 확실히 ‘맛치’가 맞구나 라고 생각 든다.

 

오늘도 회사 출장길에 날씨도 더워 시원한 막국수가 생각이 나서 점심을 일부러 멀리 맛집으로 소문 난 막국수 집을 찾아 갔다.

 

‘메밀국수를 김칫국물, 동치미 또는 고기 육수에 말아 먹는 강원도 향토 음식’ 두산 백과는 막국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내용만 읽어도 입 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맛 아닌가. 난 이래서 막국수를 좋아한다. 

 

습하고 더운 여름 날 애써 찾아 간 집에서 먹은 막국수는 얼린 국물을 따로 부어 양념에 비벼 먹는 형태로 얼려 있으니 당연 시원은 하였겠지만 양념 범벅의 텁텁함도 어쩔수가 없다. 맛치의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맛이야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맛이 없다고 느꼈다고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 않지만 음식의 순수한 맛의 차이를 미각으로 느끼는 미식가들이 뽑은 맛집이라면 최소한 맛치에게도 만족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넘쳐나는 메스미디어를 이용한 상술에 맛 동조를 얻어 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사전에 실려 있는 의미 데로 동치미의 맑은 국물에 갓 삶은 메밀국수를 찬물에 바로 식혀 돌돌 말아주는 그 맛에 나를 완전히 매료 시킨곳은 ‘홍천 장원 막국수’ 라는 집이다. 가끔씩 그 맛이 그리워 홍천을 대신하여 가는 집 가까운 곳의 막국수는 홍천의 그 집에 비해 맛은 덜하여도 그나마 형식과 순수한 맛이 있어 아쉬움이 달래지곤 한다.

 

음식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아무것이나 잘 먹는다는 사람을 비아냥 거리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 * 맛치. 나는 오늘 그 단어의 의미를 다시 쓴다

 

지방 특유의 순수한 음식 맛에 정신까지 치유되는 사람, 맛치(治) 

 

* 치(癡)라는 단어는 원래 어려서 분간하기에 어리석다. 의 한자어이다. ‘음치’, ‘박치’처럼 ‘맛치’라 하여 음을 듣는 데 감각이 무디고, 맛을 느끼는 데 감각이 무디어 분간을 잘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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